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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정 칼럼] 어제는 삼무원, 오늘은 삼노총, 내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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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땐 삼성+공무원

특수 땐 삼성+민노총

"굴하지 않는 열정으로 불가능 없다는 믿음으로 싸운" 

최강 삼성을 만든  비밀은

지금 삼성의 글로벌 경쟁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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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삼성 서울 태평로 본관에 도서관이 있었다. 1990년대 얘기다. 경제 관련 일본 서적과 양질의 다큐멘터리 비디오가 많았다. 도쿄 중급 규모 서점을 옮겨놓은 듯했다. 삼성 담당 기자를 할 때 홍보실에 부탁해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는데 일본 책이 귀할 때라 정말 행복했다.


특별한 도서관이었다. 삼성 재팬이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보낸 책과 다큐 비디오를 모아서 사원들이 보라고 만들었다고 했다. 이 회장의 독서량과 수준을 짐작할 수 있었다. 30년 전인데도 몇 권의 책과, 특히 1991년 방영된 ‘전자입국 일본의 자서전’이란 NHK 다큐가 기억난다. 1991년은 일본이 세계 반도체를 장악할 때다. 내용에 감명을 받고 일본으로 출장 가 다큐에 나온 회장 인터뷰도 했다. 칼갈이 숫돌에서 시작해 세계 반도체 절삭 업체가 된 ‘디스코’란 기업이다.


시리즈 1편에 등장한 최첨단 반도체 제조 현장은 미쓰비시전기 공장이었다. 사실 일본 반도체는 이 다큐가 방영된 시기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다큐에 등장한 미쓰비시 사이조 공장은 훗날 히타치, NEC 반도체 공장과 합병해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로 거듭났지만 옛 영광을 찾지 못했다. 지금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주식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25분의 1, SK하이닉스의 18분의 1이다.


이건희 회장도 이 다큐를 봤을 것이다. 양질의 NHK 다큐멘터리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명작이기 때문이다. 90년대 초 일본 반도체 신화를 보면서 그는 어떤 고민을 했을까. 일본은 반도체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연구자, 마이크로프로세서 시대를 연 연구자를 배출한 나라다. 맨땅의 후발 주자로서 기업의 살길을 찾기 위해 읽고 모아온 도서관의 책들이 이 회장의 고민 자체였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을 드나들 때 삼성은 큰 위기였다. 새로 진출한 자동차는 합병과 매각 위기에 몰렸고, 주력인 전자는 불과 한 달 동안 17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던 삼성이 몇 년 지나지 않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났다.


그때 한 주간지 기사가 일본 재계에 큰 충격을 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발행하는 닛케이 비즈니스 2000년 11월 6일 자 ‘삼성전자 대부활, 일본이 반면교사’ 제목의 특집 기사다. 그해 삼성전자 순이익이 일본 전자 7개사의 총 순이익을 넘어선다고 했다. 소니, 히타치, 도시바, 마쓰시타, NEC, 후지쓰, 미쓰비시 등 쟁쟁한 브랜드였다. 일본에선 상상도 못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더 충격적인 건 “일본과 반대로 해서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일본과 달리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한국 산업화 시대의 ‘일본 따라 하기’ 성공 방식은 이때 폐기된 듯하다.


당시 윤종용 삼성 부회장의 인터뷰를 잊을 수 없다. 그동안 내가 읽은 인터뷰 중 가장 잔인했지만 가장 솔직한 인터뷰였기 때문이다. “사람 30%를 줄이는 것은 임금 60%를 줄이는 것이다. 사원 한 사람이 월급의 2배를 사내에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테크 기업이 사람을 수시로 줄이는 논리가 이렇다. 외환 위기 직후라는 특수한 상황이었지만 삼성의 구조 조정은 너무나 단호해 그때도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구성원의 희생으로 자본을 축적했고, 축적된 자본으로 불황기에 대규모 투자를 했고, 투자의 결과 지금의 삼성전자가 됐다는 것이다. 당시 회사를 나간 사람보다 수백 배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에 들어왔다. 지금 삼성맨은 자신이 그 수혜자라는 것을 인식이나 할까. 그때 알았다. 이 회장은 90년대 그 많은 일본 책을 읽으면서 일본과 다른 길을 생각한 것이다. ‘비범’이란 이런 것이다.


10년 후 나온 특집 기사 한 편을 더 소개한다. 같은 닛케이 비즈니스 2010년 7월 5일 자 ‘삼성 최강의 비밀, 일본이 잊은 약육강식의 경영’ 특집이다.


“적기 투자, 마케팅 파워, 오너 경영을 삼성의 강점이라고 한다. 하지만 원동력은 다른 데 있다. 격렬한 경쟁에 굴하지 않고, 열정을 가지고, 불가능은 없다고 믿으면서 싸우는 사원들이다.”


이렇게 덧붙인다. “일본은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강조하는 나라가 됐다. 장시간 노동을 꺼리고 여성이 선호하던 직종에 남학생이 지원한다. 그런데 삼성에는 업무 시작 2시간 전에 출근해 일을 시작하는 ‘모레츠(맹렬) 사원’이 가득하다.” 한때 일본인은 ‘경제 동물(이코노믹 애니멀)’이라고 불릴 정도로 맹렬 기업 전사였다. 그런 일본이 삼성을 보면서 이런 탄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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